산행모음

[스크랩] 설악 비박산행 3박 3일(2009년 10월 9일-12일)

새벽*안개 2009. 10. 16. 11:34

-산행일 : 2009.10.09.-10.12. (3박 3일)

-산행지 : 설악산(1708m)

-날씨 : 날씨가 맑고, 춥지 않음

-산행코스 : 한계령-백운동-수렴동 대피소-오세암-가야동 계곡-봉정암-소청-중청-대청봉-오색약수

-산행자(8명) : 새벽안개, 이슬, 바람, 이쁜이, rock, 소년, 액션 플레이어, 시엔 (존칭 생략)


Day 1. 2009년 10월 9일(금)
비.박.산.행.
오늘은 생애 처음으로 비박산행을 가는 날이다. 두근두근~♡
점심 무렵, 카페 공지를 확인하고 행동식과 농협표 김치 500g을 샀다.
오후 7시 중리동 새벽안개님+이슬님 댁에서 일행과 합류했다.
다들 배낭이 한 가득이다. ㅠ.ㅠ
왜.. 이렇게 무겁게 배낭을 지고, 산에 가는 것일까?


[대전-설악산 초입]
차량 운전은 액션 플레이어님께서 담당하고,
과감한 운전으로 대략 11시쯤 설악산 옥녀탕 근처에 도착했다.


[1박: 옥녀탕]
장수대 근처의 옥녀탕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장수대에서 비박할 경우, 이른 새벽부터 등산객들로 인해 편히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한 것은 각자의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허전한 우리의 배를 채운 것은 묵, 주물럭, 빠알간 빛깔이 고운 마가목주.
이번 등산 모임은 성별로는 4:4이지만, 뱀띠가 4분이다.
도시에서 떠나 산에서 본 밤 하늘은 이 총총하다.

 

 

Day 2. 2009년 10월 10일(토)
[한계령~백운동]
오전 6시. 기상시간!
든든하게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한계령으로 출발했다.
꼬불꼬불 한계령으로 가는 길에 멀미로 속이 메슥거린다. ㅠ.ㅠ
계곡을 내려가다 나무 껍질(?)처럼 붙어있는 버섯을 보고
소년님과 액플님께서 판정을 내려주신다. 상!황!
점심은 상황버섯을 베이스로 한 만두라면 ^^

가을의 따스한 햇빛 아래, 설악의 계곡에선 등사대모 남회원님들의 알탕..
난 그저 양말만 벗고 일광욕..ㅎㅎ

 

매일 카페에서 듣기만 했던 공룡능선용아장성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설악의 수려한 산세는 마음이 시원해진다.


[2박: 백운동]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장 좋은 것은 휴식!
쌈박하게 오후 4시에 비박터를 정하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한다.

계곡 근처라 완만한 평지가 넓지 않다.
마침 적당한 자리에는 큰 바위가 깊숙히 박혀 있었다.
아...이걸 어쩐담?! 하고 고민할 때,
액션 플레이어님께서 하.하.하.
그 무거운 돌덩이를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움직인 다음, 저 건너 편으로 굴렸습니다.
그 순간은 마치 기적을 보는 것 같드랬지요..ㅎㅎㅎ
그리고 이어지는 액플님의 포효~ 마!~~~~~~님!
좌중에는 폭소가...ㅋㅋ
rock님! 이때 정말 재밌었죠? 고생해주신 액플님께 감사 드려요~

 

전.기.      없는 산골 생활은 밤이 길다.
참숯으로 시작된 목삼겹은 소년님이 준비하신 돼지 껍데기족발로 이어졌다.
액플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먼저 휴식을 취하셨다.
참 숯 으로 은근히 구은 통통한 목삼겹은 육수가 빠져나가지 않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모두들 "배불러, 이제 그만!"을 외치고, 오가는 소주 잔에 취기가 맴돈다.
슬슬 배가 불러올 때 쯤, 액플님의 귀환!


달궈진 돌판 위에 족발을 얹고, 김도 구워먹는다.
그리고, 야식으로 칼칼한 라면을 먹었다.
산행으로 배가 고파서였는지, 아니면 산골의 밤이 아름다워서 자기 싫었는지
오후 4시 반부터 자정까지 참숯 모닥불 아래 너무 많이 먹었다. ㅠ.ㅠ
마지막까지 자리를 함께 지켜 준 rock님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이쁜이님은 안 주무시고 깨어있으셨는데, 나올 걸~ 하고 후회를 하셨다.
내일은 함께 해요~ :)

 

Day 3. 2009년 10월 11일(일)

[수렴동 대피소-오세암]
어제 너무 많이 먹었더니, 아침부터 배가 꾸르륵 거린다.
오늘은 조금 먹어야겠다는 말을 달고 있다.
그러나,
수렴동 대피소에서 오세암으로 오르면서 기운을 너무 쏟았는지 배가 고파진다.

봉우리 위에서 내려다 본 오세암
울긋불긋 단풍이 가득한 설악산이 한 가운데 품고 있는 사찰이다.
오세암으로 향하는 길은 색색의 등으로 아름다웠다.

오세암의 공양식은 밥+미역국+오이김치.
순간 밥이 케이크처럼 보인다.
대접 한 가득 미역국에 말아서 밥을 먹는 날 보고, 이슬님께서 "머슴밥"을 먹는다고 하신다.
ㅎㅎㅎ 배가 많이 고팠다.

 

[오세암-가야동 계곡]
점심을 먹고, 오후의 나른함과 함께 등산을 하다가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ㅠ.ㅠ

산행 순서는 보통 새벽안개님-이슬님-바람님-이쁜이님-소년님-시엔-rock님-액플님
바스락 소리와 함께 뒤를 돌아보니, rock님이 가파른 경사길 아래로 두어 바퀴 굴러 떨어지셨다.
순간 정적!

액플님 얼굴이 새파랗다.


rock님이 괜찮다고 하실 때, 안도감이 들었다.
사고는 정말 순간에 일어날 수 있음을 느꼈다.
천만다행으로 rock님은 낙엽 덕분에 가벼운 찰과상으로 끝났다.
아마도 오세암에서 부처님의 덕을 본것이 아닐까? 바람님과 액플님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산행을 하면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일행의 배낭을 보고,
전문 산악인 & 다나? 라는 반응을 보인다.

 


 

다나?
배낭 착용감이 좋다고 알려진 다나 디자인(dana design)의 제품이 유명했지만, 지금은 인수 합병되어 미스테리 랜치 http://www.mysteryranch.com/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세부 정보는 다음의 다나매니아
http://cafe.daum.net/danaman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낭을 보고, 다나人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캔님은 다나 세상에선 유명인인듯 했다. 전국구 캔님!

 

가야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번 산행에서는 등산화 밑창을 비브람 창으로 신었더니
젖은 돌이나 이끼 낀 바위를 밟으면, 접지력이 약해져 쭉쭉 스키를 타요~(새벽안개님 말씀)
하루에도 몇 번씩 미끄러져서 손과 팔, 무릎과 다리에는 찰과상이 심하다.
미끄러진 경험은 바로 트라우마가 되어 지레 겁을 먹어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한국 지형에 맞는 캠프라인 등산화를 신었다.
rock님과 액플님도 비브람 창인데, 등산 경험이 많으셔셔 무게 중심이 확실하시다.
기술 없는 목수가 연장 탓 한다고 하지만,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적절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 밑창을 살펴보니 스텔스 창도 좋다고 한다.
다음 산행에서는 바스큐 스텔스 창을 신어야겠다.

작년 비박터를 지나왔다.

 

계곡은 여전히 가파르지만, 무거운 배낭은 더이상 신경 쓰이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등산화에 무게를 싣지 않고, 양 손과 무릎으로 기다시피 젖은 바위를 올라갔다. ㅋ

 

[3박: 가야동 계곡]
4시 반 전후로, 천혜의 비박터를 발견! 따뜻해보인다.
오늘의 메뉴는 오리훈제햄 구이! 쌀뜨물을 베이스로 한 라면 그리고 당귀주!

3박째인 오늘, 남은 알콜은 대략 소주 3병 가량..?
액플님이 소주에 당귀를 넣고 당귀주를 제조했다. 향긋한 당귀 내음이 구미를 당긴다.
산골의 밤은 길다.
타다타닥... 모닥불이 타오른다.
홍염의 불꽃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일을 생각해서 10시쯤 취침하러 간다.
비박인지라 얼굴은 내놓고 잔다.
환상인지 모르겠지만, 나풀나풀 연기가 나는 것 같다.


Day 4. 2009년 10월 12일(월)
[가야동 계곡-봉정암]
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 대략 2시쯤
바람님께서 일어나셔셔 모닥불을 피우셨다고 하신다.
그리고, 기다리다 못해 잠시 주무셨다가 새벽 일찍 다시 일어나셨다.
새벽안개님과 바람님은 이렇게 매일 아침 끼니를 준비해주셨다.
차가운 아침 기운을 따끈하게 데워 주는 국은 기분이 좋다.
액플님은 사업하러 근교 산골짜기에 다녀오셨다.
향후 5년 후, 또는 10년 후 다시 비박산행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

 

[봉정암-대청봉]
봉정암을 지나 소청산장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 길.
액플님께서 알려주신 스틱 사용법대로 움직였더니,
오름이 한결 수월해졌다.

다리를 쭉 피고, 등을 곧게 하여 숨을 쉬면 팔다리 구석구석 공기가 들어간다.
자세와 호흡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소청산장!
소청-중청-중청 대피소

중청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떡라면을 먹었다.
어제 남은 훈제 오리를 향긋한 당귀잎에 싸서 먹는 맛은 꿀맛~
든든히 배를 채우고,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으로 향했다.

 

[대청봉-오색약수]


대청봉 1708m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온 이후, 처음 온 가을의 설악은
내설악의 공룡능선 용아장성의 힘찬 기세와 곱디고운 단풍이 어우러진 절경이었다.
대청봉에서 오색약수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길었다.
발에 불이 나려할 때, 차가운 계곡 물에 발을 담그니 통증이 마비된다.
그러나 다리는 후덜덜~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3박 3일 동안의 설악 비박산행을 마치며 내려오는 길은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또 언제나 올 수 있을까? 근데, 이렇게 고생스러운 게 왜 좋지?
소년님은 불과 3주 전쯤 등산하다가 갈비뼈를 다치셨단다.
그런데도,

무거운 비박 장비를 메고 아직 완치되지 않은 갈비를 데리고 산에 오셨다.
역시, 산에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산에 오는가?


[설악산-대전 중리동]
월요일이라 고속도로는 한산하고, 대전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액플님의 추천으로 중리동의 생닭을 잡은 닭볶음탕으로 산행의 마무리를 짓는다.
닭볶음탕에 닭 간이 함께 있었다. 고로, 싱싱한 닭!

 

이번 설악 비박산행을 하며, 수많은 설악 산행 경험으로 탁월한 리딩을 해주신 새벽안개님, 뱀띠 4인방인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셔셔 아침밥을 준비해주신 바람님, '커피향+1'이란 닉네임에서 공식적으로 닉네임을 가진 이쁜이님, 마님의 포스를 풍기신 이슬님, 자유로운 영혼인 rock님, 2007년 1월 등사대모 가입 후 산행에서 처음 뵌 나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소년님, 바지런하신 액션 플레이어님.. 덕분에 눈과 입이 호강하며 즐거운 주말을 보냈습니다 :)


아직도 몸은 무겁지만, 후기 쓰는 일이 즐겁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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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등산을 사랑하는 대전사람들의 모임
글쓴이 : 시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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